서 론
유방암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이며 한국 여성에게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이다[1]. 적극적인 국소 치료 및 항암 화학 치료, 내분비 치료, 표적 치료 등 전신 치료의 발전에 따라 전체 생존율은 점차 증가 추세에 있으나, 아직도 원격 전이를 동반한 유방암 환자의 예후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지 않다.
유방암의 가장 흔한 전이 부위는 뼈, 폐, 간 등이며 위장관으로의 전이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반면, 침윤성 소엽암은 침윤성 관암에 비하여 위 전이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2]. 위암은 한국에서 유병률이 높은 암종이나[1], 내시경, 영상 검사 등을 포함한 임상 소견으로는 일차적 위암과 전이성 위암의 감별이 쉽지 않으며, 적절히 진단되지 않을 경우 불필요한 수술적 처치로 이어질 수 있다.
저자들은 원발성 위암으로 오인될 수 있는 침윤성 소엽암의 위 전이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보고하고자 한다. 또한, 원발성 위암과 유방암으로부터 전이된 위암의 감별을 위한 면역조직화학검사의 유용성 및 사용에 대해서도 검토하고자 한다.
증 례
본 증례는 충북대학교병원 기관 감사 위원회의 동의를 받았다(승인번호: 201607001). 37세 여자 환자가 두 달 전부터 발생한 우측 유방의 촉지성 종괴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당시 상복부 불편감을 호소하였는데, 최근 개인 병원에서 시행한 두 번의 상부위장관 내시경 및 조직 검사상 만성 위염으로 진단받고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 이학적 검사상 우측 유방 상외측에 1.5 cm 크기의 딱딱한 종괴가 촉지되었으며, 동측 액와부에 여러 개의 커진 림프절이 촉지되었다. 초음파 및 유방 자기공명영상 검사상 우측 유방 상외측에 각각 1.5 cm, 1 cm 크기의 다발성 종괴와 다발성 액와 림프절 종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Figure 1). 중심 침 생검을 시행하였으며 병리 결과 침윤성 소엽암으로 진단되었다. 간기능 검사를 포함한 혈액검사는 모두 정상 소견이었다. 헤모글로빈은 12 g/dL, 암배아 항원, 암 항원 15-3은 각각 4.36 ng/mL과 34.59 μ/mL이었다. 복부 초음파상 양측 수신증 외에는 특이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상 우측 유방 및 액와의 병변 이외에는 다른 전이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Figure 1). 우측 유방은 보존 유방 절제술 및 그룹 2 (level II)까지 액와 림프절 곽청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 병리 결과 우측 유방에 1.5 cm, 1 cm 크기의 다발성 침윤성 소엽암으로 확진되었고, 경계연은 음성, 종양의 핵 분화도는 3등급이었다(Figure 2A). 액와 림프절에서는 전체 20개의 절제된 림프절 중 5개에서 전이가 확인되었다(Figure 2B). 면역조직화학검사상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2+, 90%),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2+, 60%), E-cadherin 음성, c-erb-B2 음성 소견을 보였다(Figure 2C, D). 추가 면역조직화학검사를 진행하였으며, gross cystic disease fluid protein-15 (GCDFP-15) 양성, caudal-type homeobox transcription factor 2 (CDX-2), mucin 2 (MUC-2), MUC-5 음성 소견을 보였다.
수술 한 달 후, 지속적인 상복부 불편감 및 통증을 호소하여 위내시경을 다시 시행하였으며, 유문 앞방에 유문 협착을 동반한 확산성 경화성 종양을 확인하였다(Figure 3A).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 결과, 유문 협착을 동반한 유문부의 위벽 비후를 보였으며 그 외 림프절 종대나 전이의 소견은 보이지 않았으나, 양측 수신증을 동반하고 있었다.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상 American Joint Committee on Cancer (AJCC) 병기 T3N0M0의 원발성 위암으로 진단하였다(Figure 3D). 위내시경 하 조직 생검상 반지세포 형태의 일부에서 정상 위점막 소견을 보이며 단세포 양상을 보이는 저분화 암종 소견을 보였다. 면역조직화학검사상 위의 병소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2+),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1+), GCDFP-15 양성 소견을 보였고, CDX-2, cytokeratin 5 (CK5), CK14, MUC-2, MUC-5, E-cadherin 음성 소견을 보였으며, 위의 병변은 침윤성 소엽암에서 기원한 전이성 위암으로 진단되었다. c-erb-B2 발현 정도에서는 원발 유방 종양과의 차이를 보였는데, 전이성 위병변에서는 c-erb-B2 과발현을 보였다(Figure 4).
문진 결과 환자는 유방암이나 위암의 가족력을 가지지 않았으며 소엽 상피 내암을 진단받은 과거력이나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은 적이 없었다.
다학제 팀 회의 후, 전이성 위병변에 대한 추가적 수술은 진행하지 않았으며, 환자의 증상 경감을 위해 내시경 유도 하 유문부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하였다(Figure 3B). 1주 간격의 Paclitaxel (80 mg/m2)과 Trastuzumab (2 mg/kg) 병용 요법으로 한 전신 항암 화학 치료를 시작하였다. 진단 6개월째 촬영한 위내시경 소견상 위 유문부 협착은 다소 호전되었으며, 역류 소견이 있었다(Figure 3C). 진단 후 7개월째, 스텐트의 위치 이동으로 인한 소장 폐쇄증이 발생하여, 스텐트 제거를 위한 개복술 및 소장 절제 및 문합술을 시행하였으며, 스텐트는 내시경적으로 재삽입하였다. 진단 후 18개월이 경과한 현재, 환자는 동일한 요법의 치료를 유지하고 있으며 1단계 말초 신경염과 손발톱 변화를 호소하고 있으나, 상복부 불편감을 포함한 위장관 증상은 대부분 호전되었다. 유방에 새로운 재발성 병변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추적 복부 전산화 단층촬영상 위벽 비후는 부분 관해를 보였고 새로운 전이는 보이지 않고 있다(Figure 3E).
고 찰
유방 악성 종양의 위 전이는 상대적으로 드물고 그 빈도는 2%–18%로 보고되고 있다. 대부분 다발성 원격 전이 중 하나의 전이 부위로 진단된다. 임상 양상으로는 식욕부진, 조기 포만감, 상복부 통증, 출혈 및 구토 등이 있으며, 본 환자의 경우 종양의 위 유문부 협착에 의한 소화불량 및 상복부 불편감이 주 증상이었다[2]. 본 증례에서 보듯이, 전이성 위병변은 위 고유근층과 점막 하층을 넓게 침윤하는 양상의 증식 위벽염 소견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드물게 외부 압박 양상이나 별개의 결절을 보이기도 한다. Taal 등[2]의 보고에 의하면, 유방 악성 종양으로부터의 위 전이의 83%는 침윤성 소엽암이며, 전반적 위 침윤 소견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침윤성 소엽암의 위장관 전이 중 가장 흔한 부위는 위 전이이며, 부검 시 약 6%–18%에서 발견된다. 대부분 유방암 치료 후 수년 경과 후 원격 전이의 한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평균 유방암 진단부터 위장관 전이까지의 기간은 6–7년으로 보고된다. 본 연구에서처럼 유방암 진단 당시 위 단독 전이로 발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3].
본 증례의 경우, 유방암의 진단 당시 전이 확인을 위한 전신 검사상 위 전이를 진단하지 못했다. 수술 전 시행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상에서도 유방과 액와의 병변 외에 위 전이 병변은 확인할 수 없었다. 위 암종의 진단에 있어서 양전자방출단층촬영술의 민감도는 다른 암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위벽 자체의 생리적 fluoro-deoxy-glucose (FDG) 흡수의 문제 및 불수의적 움직임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위 암종 자체의 병리 형태도 민감도와 관련이 있는데, 유두상이나 관암, 고형 미분화 선암의 경우 민감도가 높으나, 반지세포 형태 암이나 비 고형 미분화 선암은 위음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4].
일반적으로 육안적 내시경 소견으로는 원발성 위암과 전이성 위암을 감별하기가 어렵다. 위 전이의 경우, 위 침윤이 주로 점막하층과 장막근층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약 50%에서 내시경 검사가 정상 소견일 수 있다[5]. 본 증례의 경우도, 타 병원에서 여러 차례 시행한 내시경 검사 및 조직 생검상 적절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는 점막하층을 포함한 깊은 생검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확산성 위 선암종과 침윤성 소엽암의 위 전이는 단세포 양상이나 반지세포 형태 등 비슷한 형태를 보일 수 있는 반면, 두 질환의 치료와 예후는 전혀 다르다[6]. 이런 경우 상세한 면역조직화학검사가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다. O’Connell 등[7]은 원발성 위암과 유방암으로부터 전이된 위암 조직의 면역조직화학검사 소견을 비교하였는데, 유방으로부터 전이된 위암의 경우 에스트로겐 수용체(72%), 프로게스테론 수용체(33%), GCDFP (78%), CK5/6 (61%) 발현 소견을 보인 반면, 원발성 위암의 경우 에스트로겐 수용체(0%), 프로게스테론 수용체(0%), GCDFP (0%), CK5/6 (14%) 발현 결과를 보였다. 특히,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GCDFP는 유방암의 전이성 위병변에 100% 특징적인 소견이었다. 반면, c-erb-B2, CK7, MUC-3 등의 발현에서는 두 질환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차적으로 유방을 기원으로 한다고 보는 여러 표지자들이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중,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전이성 유방암을 구분하기 위한 가장 영향력 있고 민감한 표지자이다. 그러나 이는 전이성 병변에서 낮은 민감도(~50%)를 보이며, 또한 자궁내막이나 난소 등 유방암 이외의 다른 암종에서도 발현을 보일 수 있어 낮은 특이도를 보인다. 아주 드물게 위선암에서도 에스트로겐 수용체나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의 발현을 보고한 예가 있으나,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위장관의 선암, 특히 대장암에서는 거의 발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Gross cystic disease fluid는 유방으로부터 나오는 병적인 분비물이며, GCDFP-15 발현은 민감도 11%–73%, 특이도 93%–100%로 유방 특이 표지자의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GCDFP-15는 유방 이외에도 침샘, 외음부, 안검, 기관지의 아포크린샘 기원 악성 종양에서도 발현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일부 부인과 선암에서도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5%–10%), 대부분의 위장관암에서는 거의 발현을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Mammaglobin과 GATA binding protein 발현도 유방 특이 표지자이며 민감도는 각각 26%–84%와 32%–95%로 보고되고 있다[8].
CK7과 CK20 또한 원발성 및 전이성 위병변을 구분하는데 유용한 cytokeratin 표지자로 쓰인다. CK7+/CK20– 표현형은 대부분 유방, 폐, 난소의 선암에서 발현되는 반면, 대부분의 장관 선암은 CK7–/CK20+ 표현형을 보인다. 게다가, 장 기관 발생에 필요하며 장상피의 증식과 분화에 관여하는 전사 인자를 코딩하는 homeobox protein CDX-2는 대부분 위장관 악성 종양에서 발현되는데, 위암의 경우 61%, 대장암의 경우 97%에서 발현을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다[9]. 본 증례의 경우, CK7과 CK20 발현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으나, GCDFP-15,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양성, CDX-2 음성 소견은 전이성 위암과 원발성 위암을 감별하기 위한 결정적 소견이다.
Curtit 등[10]은 유방암의 원발 부위와 전이 부위에서, 치료 전후 조직에서의 면역조직화학염색 발현 소견을 비교하였는데, 에스트로겐 수용체는 17%,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는 29%에서 원발 부위와 전이 부위의 발현 차이를 보였다. 항암 화학 치료, 특히 anthracycline 기반 항암 화학 치료를 시행한 경우 전이 부위에서 에스트로겐 수용체 발현 정도의 변화를 보였다[10]. 본 증례의 경우,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의 경우 원발 부위 및 전이성 위병변 모두 발현을 보인 반면, c-erb-B2는 전이성 위병변에서만 발현을 보였다. c-erb-B2 의 경우, 유방암의 원발 부위와 전이 부위에서 발현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약 5%–10%이며, 에스트로겐 수용체나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보다는 낮은 편이다. 본 증례의 환자에서 전이성 위병변에서의 c-erb-B2 발현은 항암 화학 치료 및 내분비 치료에 더하여 c-erb-B2 표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전이 병변의 면역조직화학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표적 치료를 장기간 유지함으로써 부분 관해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장기간의 표적 치료의 유용성을 보여주었다는 데에도 그 의미가 있다.
침윤성 소엽암의 위장관 전이의 경우 항암 화학 치료 및 내분비 치료, 또는 병행 치료가 진행될 수 있으며, 32%–53%에서 관해를 보인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생존 기간은 대략 2–3년으로 보고되고 있다[11]. 치료의 선택은 개별 환자의 임상 병리 소견에 따라 선택할 수 있으며, 위장관 파트를 포함한 다학제 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방암의 간 전이나 폐 전이의 경우, 선택된 환자에서 전이 부위 절제술이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나, 위장관 전이의 경우 절제술이 의미있는 생존율 향상을 가져온다는 보고는 많지 않다. 일부 증례 보고에서, 일차 유방암이 완전 관해된 환자의 단독 위 전이에서 위 절제술을 시행하였을 때, 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환자와 비교하여 생존 기간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하였으며, 전체 환자의 생존 기간 14.38개월에 비하여 위 절제를 받은 환자에서 38개월의 생존기간을 보고하였다[12]. 그러나 많은 경우에서 위 전이는 복벽이나 다른 위장관에 전이를 동반하기 때문에, 위병변에 대한 수술적 처치는 일반적으로 권장되지 않으며, 완전히 장폐쇄가 일어난 경우의 우회술이나 천공이 발생한 경우 등 응급 상황에서 진행될 수 있겠다. McLemore 등[13]은 위장관 전이가 있는 환자의 2/3에서 증상 완화를 위한 고식적 외과적 처치를 시행하였으며 전체 생존율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보고하였다. 항암 화학 치료 여부와 호르몬 치료 여부가 중요한 예후 관련 인자이며, 고령과 위 전이 여부는 불량한 예후 인자임을 보고하였다[13].
결론적으로, 본 증례는 원발성 위암으로 오인될 수 있는, 침윤성 소엽암의 위 전이 1예에 대한 보고이다. 임상적 의심, 반복적인 내시경적 검사, 질환 특이적 면역 조직 화학 검사를 포함한 정확한 조직학적 검사를 통하여 적절한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개별 환자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